“가슴을 드러내고 고기 굽는 주인집 여자”
지난 6월 한 일간지 네이버 뉴스스탠드 메인에 노출된 기사 제목이다. 대만 모델이 고기집 장사에 어려움을 겪는 아버지를 돕는다는 기사지만, 제목만 보고서는 도무지 내용을 가늠할 수 없다. 기사가 쓰여진 시점(4월)과 메인에 노출된 시점에도 두 달이라는 시차가 있다. 언론사가 클릭수를 늘리려는 수단으로 ‘여성의 몸’을 사용했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서울YWCA는 지난 6월10일부터 6월14일까지 언론사 48곳이 네이버 뉴스스탠드 메인 화면에 노출한 기사들을 대상으로 성평등·성차별 사례를 분석한 보고서를 14일 발표했다. YWCA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의뢰를 받아 ‘대중매체 양성평등 내용 분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연구도 그 일환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성차별적 기사는 총 45건으로, 성평등한 기사(8건)보다 5배가 많았다. 성차별 사례의 경우 유명인의 사진에 자극적인 제목을 붙여 성적 대상화하는 내용이 29건(64.4%)으로 가장 많았고, 외모에 대한 평가와 성별 고정관념 조장이 각각 15.5%, 13.3%로 그 뒤를 이었다. 성별 고정관념을 조장한 대표적 사례로는 6월14일 경향신문 등 5개 언론사가 보도한 “퇴근 후 주점서 아르바이트한 여경 정직 처분” 기사가 꼽혔다. 보고서는 “언론이 경찰·여성·주점 세 단어를 강조한 결과 유튜브를 포함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낮에는 경찰 밤에는 룸녀’라는 자극적이고 여성혐오적인 소재로 이 사건을 소비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6월14일 경향신문 등 5개 언론사가 보도한 “퇴근 후 주점서 아르바이트한 여경 정직 처분” 기사가 나온 후 유튜브에 업로드된 영상. YWCA제공 성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기사도 있었다. 헤럴드경제는 6월13일 “여중생에 몹쓸짓한 고교생 4명”이라는 제목으로 집단성폭행 사건을 보도했다. 보고서는 “성폭력 범죄를‘몹쓸짓’이라고 표현해 성범죄를 사회가 아닌 개인의 문제로 환원함으로써 여성 대상 범죄의 심각성을 희석시켰다”고 했다. 구체적인 가해 행위를 적시하는 대신 “여중생” 등 피해자의 신상 정보를 노출한 기사도 있었다. 보고서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기사 제목이 하나같이 ‘여성연예인 이름+몸의 일부’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여성 연예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일상사진이 “터질듯한” “아찔한” “초밀착”이라는 수식어가 달려 포털 사이트 메인에 노출됐다. 보고서는 “언론사가 여성의 신체를 어뷰징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성평등한 관점을 반영한 기사도 있었다. 한겨레는 이희호 이사장 별세 소식을 접한 젊은 세대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보조인물이 아닌 주체적인 정치인으로써 다뤄야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국일보는 여아용과 남아용으로 구분돼있는 장난감이 성 고정관념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는 “이희호 이사장에 ‘여사’ 대신 ‘이사장’이라는 호칭을 붙인 기사들은 그의 업적이 온전히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한 기자들의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언론인들의 성평등한 선택이 다른 보도에서도 이어져 여전히 성차별적인 인터넷 뉴스 현실을 조금씩 바꿔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908141425001#csidx1a50416e428ad2cb9cce069972f6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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